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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영화의 효용

 난 어릴 적부터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봤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요즘 들어 영화의 효용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정확히 말하면 회의라 해야겠다. 두 시간 동안 금액을 지불하고 에너지를 들여 작품을 감상했는데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질 않았다. 이 고민이 내 소중한 취미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었기에, 빨리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고민한 뒤 내린 결론은 이렇다. 영화의 효용은 3가지 정도 있는 듯하다.

 첫 째, 감정의 환기.
정교하게 연출된 흡입력 있는 작품을 감상하면, 감상하는 동안 그리고 감상한 뒤 감정의 환기가 일어난다. 반복적인 일상생활에선 느낄 수 없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하고, 감정이 나를 아늑하게 감싸 안기도 한다. 이런 풍부한 감정적 경험은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있음을 분명히 자각하게 해 준다. 이것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이 주는 큰 기쁨이자 그것들이 갖는 효용인 듯하다.

 둘째, 작품의 주제의식에 공감.
작품을 볼 때 속에 있는, 주제의식, 철학, 메시지에 공감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일 수도 있고, 새로운 생각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정교히 연출된 종합예술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은 분명 큰 기쁨이고, 효용인 듯하다.

 셋째, 다른 삶을 간접경험.
작품들을 감상하면 내 삶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경험들과 직업들을 간접적으로 겪어볼 수 있다. 이러한 간접경험을 통해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약간의 노력으로 말이다. 이는 굉장히 큰 효용이다.

 

 요즘은 미드 하우스오브 카드를 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한 작품이다. 야망 있는 미국 정치인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동안, 잘 몰랐던 미국 정치계의 속도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이는 하우스 오브 카드가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정치판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평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가능할 테다. 그리고 내 평범하고 반복적인 삶에서는 느낄 수 없던 긴장감과 아드레날린, 카타르시스, 분노 등을 느끼게 된다. 또 작중 인물들의 행동을 보고 나의 기준과 비교하고 평가해보며 삶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된다.

 만약 로맨스에 대한 감정과 통찰을 원한다면, 로맨스 영화를 볼 것이고, 편안하고 아늑하게 웃고 싶다면, 코미디 영화나 프렌즈 같은 시트콤을 보고 해피엔딩에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 같은 작품들은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