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비사회를 비판한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을 봤다. 버스 안 속옷 광고 씬을 보고, 문득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과 광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욕망이 동력이다. 욕망을 위한 노동,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가 없다면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작동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윤활유, 부스터 역할을 해주는 것이 광고인 듯하다. 광고는 욕망을 부추기고 심지어는 없던 욕망도 만들어낸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그 욕망을 채우더라도 본질적인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공허함을 채우려면 쳇바퀴에서 내려, 다른 곳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생각을 해봤다. 만약 욕망을 자극하는 상업광고가 일순간 사라진다면? 아마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순식간에 붕괴하지 않을까? 줄어든, 아니 어쩌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표현해야 맞을, 욕망의 크기에 맞게 다시 맞추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세상에서는 지금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 못하겠지. 물론 나는 지금 내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가 좋다. 그러기에 상업광고가 사라져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욕망의 쳇바퀴 속의 깊은 공허함 속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테다.
"광고는 우리로 하여금 차나 옷을 좇게 한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가면서 번 돈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느라 허비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언젠가는 백만장자, 영화 스타, 록스타가 될 것이라 믿고 자란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우리는 서서히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아주 열 받게 되었지."
(We've all been raised on television to believe that one day we'd be millionaires and movie gods and rock stars. But we won't. We're slowly learning that fact. And we're very, very pissed off.)
-타일러 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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