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세계관의 비극은 모자가 학생들의 성향을 4가지로 나누어 기숙사를 배정하는 호그와트 입학 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기숙사 배정 모자의 말에 따라 서로 다른 4개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숙사로 나뉜 아이들은 같은 기숙사에서는 자신들의 동질성을 확인하며 똘똘 뭉치게 되고, 자신들의 가치와 반대되는 기숙사와는 끊임없이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갈등은 점점 극단화되어, 종국에는 악의 상징 볼드모트를 위시한 슬리데린과 그린핀도르를 중심으로 한 선한 마법사들과의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그런데 만약 모자가 반 배정을 조금만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모자가 아이들의 성향을 분석한 뒤, 같은 성향의 아이들끼리만 기숙사에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기숙사에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어울려 공존할 수 있게 의도적으로 섞어서 기숙사를 배정했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아이들은,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서로 다름에 적응해 나갔을 것이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배우고, 다른 성향을 가지고 다른 가치를 추종함에도 함께 협력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워 융합된 사회를 구성해 나갔을 것이다. 분명 서로 극단으로 치달아 극단의 선과 극단의 악의 전쟁을 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죽음의 성물 편에서의 마법사 세계 전쟁은, 분명 다양성이 없는 닫힌 사회가 불러온 참사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서로 대립되는 가치를 추종하는 거대 양당은 매 순간 치열하게 대립하며 갈등을 양산해내고 있다. 물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생산적인 토론을 치열하게 하는 경우도 많지만, 무의미한 갈등만을 조장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정치인과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존재들이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한다. 그렇다면, 현재 정치권의 거대 양당 대립구도는 우리 사회의 현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들은 다양성 부족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해답도 다양성에 있을 것이다.
(다만 엄청난 다양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정치체계도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거대 양당 구도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시작점이 다른 게, 미국의 연방제도는 너무나 다른 여러 주들을 최소 수준이라도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렇기에 각 주들에서 선출되어 모인 하원과 상원의원들은 서로 다른 50개 주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는 통합하기 위해 거대 양당을 구성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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