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

나의 하이드

unpersona 2022. 2. 7. 20:32

방금 지킬 앤 하이드를 다 읽었다. 여운이 가시기 전에 바로 이 글을 쓴다.

내게 너무도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 이 책은, 물론 책 자체가 가진 뛰어난 작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내 상황과 너무도 닮아있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지난 3년의 시간동안 나의 하이드에게 내 원래 자리를(적어도 태초의 나는 가지고 있었을) 내주고 만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드는,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반사회적인 존재다. 그러나 나 의 하이드는 나태하고, 불성실하며 충동적이고 저급한 바로 앞의 쾌락만을 좇는 자기파괴적인 존재다. 돌이켜 보면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이 본성과 싸워왔다. 초등학교 시절 영어학원을 다녔던 경험이 생각난다. 그때부터 나는 믿기 힘들정도로 불성실하고 나태했다. 그때부터의 연속된 패배가 결국 지금 나의 하이드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2년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명과 그로 인한 우을증 등은 나의 하이드에게 완전한 득세의 기회를 제공했고, 그는 그 환상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나에겐 2가지의 선택만 남았다. 물론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 책이 그 문제를 내 눈 앞에 정면으로 집어 던진 것이다. 나는 선택해야만 한다. 싸워 이겨서 내가 원래 가지고 있었을 나의 모습을 되찾던가, 이대로 하이드에게 모든 것을 맏겨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끊임없이 저급하고 충동적인 쾌락만을 좇으며, 깊은 고통과 절망의 심연으로 스스로 뛰어내릴 것인지. 아 나는 신을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에게 자비와 희망과 용기를 빌고 싶다.

2022.02.27